티스토리 툴바


전자 출판 기능사 시험은 생각한 것보다 무난히 통과한 것 같다. 이제 실기가 남았다. 보통 자격증 시험에서 필기가 싸구려 커피면 실기는 티오피... 정도. 그래, 긴장하자. 아마 인디자인을 쓰게 되겠지. 실습 시간에 하는 정도로는 부족할 것 같다. 흠.


대체 몇 번째인지도 모를 금연 시도 중. 대충 24시간은 넘긴 것 같은데... 그딴 거 생각하지 말고 그냥 싹 다 잊자. 처음부터 몰랐던 것처럼. 근데 그게 말처럼 쉬우면 이 세상에 어려운 일이 뭐가 있을까. 뭐 아무튼 그렇다. 안 피운다.


경식이 형님이 자퇴 하셨다. 그 분은 새터민이고, 경북 문경에 계셨고, 검정 가죽 점퍼를 자주 입으셨고, 실제보다 나이 들어 보이셨고, 나한테 고맙다고, 다른 곳에 가서도 생각날 것 같다고 말씀 하셨다. 에쎄 파란 거 피우셨는데... 예전에 아버지가 피웠던 거라 기억한다.

내가 형 노트북에 학교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해 드렸던 날, 굳이 밥을 사주시겠다며 같이 나가자고 하셨더랬다. 나는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고 피곤해서 쉬고 싶었지만 형의 눈빛을 보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형의 눈빛에 가득한 강한 자존심 사이로 외로움이 비쳤다. 이북에서의 군 생활이며, 동남아의 외국인 교도소에서 있었던 일, 탈북자 북송 문제에 대한 이야기... 그 날 나는 맛 없는 순대국밥을 먹었고, 형은 순대를 드셨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돌아가는 길에 형은 북쪽의 억양으로 '오늘 기분이 울적했는데 그래도 너랑 얘기 나누고 나니 좀 낫다'고 말씀 하셨다. 나는 그 말이 어쩐지 슬프면서도 기쁘게 들렸는데, 같은 방을 쓰는 친구도 있고 연령대가 비슷한 사람도 있는데 굳이 연결점을 찾기도 힘든 내가 형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대라는 것이 슬프고, 그런 나라도 누군가의 마음이 허전하고 울적할 때 작은 힘이나마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웃으며 맞장구 치는 한편 쓰라린 가슴을 들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형은 그런 내 사정을 살필 여유가 없으셨나 보다.

자퇴 하셨다는 것을 듣고 나가서 담배를 피우다 형을 만났다. 나는 아예 짐을 빼서 나가버린 줄로 알았기 때문에 놀라기도 했고 떠나기 전에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겠다 싶어서 반갑기도 했다. 형한테는 소주 냄새가 났고... 추운데 어서 들어가라며 내 팔뚝을 힘주어 잡았다. 나는 형이 담배 다 피우시기를 기다렸다. 형은 최근 병원을 오가며 지하철에서 구걸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고, 자기보다 키도 크고 허우대도 멀쩡한데 고개를 처박고 바닥에 엎드려 두 손만 내밀고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도 저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두기로 했다고도. 나는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 형님, 어디를 가셔도 술, 담배 너무 많이 하지는 마시고요, 특히 술요. 아예 취할 때까지 드시지는 마세요. 그리고 정말 세상에 괜찮은 사람들 많아요.


- 그게 어디 말처럼 되나.


대충 이런 식의 대화를 웃음 섞어 나누고 우리는 헤어졌다. 나는 그 다음날 어쩌면 마지막이었을 형의 모습을 보았지만 반쯤은 일부러 인사를 하지 않았다. 사람을 떠나보낼 때는 자꾸 인사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금 전 낙원이 형한테 온 카톡에 의하면 경식이 형은 제주도의 어떤 리조트에 취직했다고 한다.


요즘 자꾸 울적하다. 이유를 모르겠어서 조심스럽다. 그 이유가 명확하다면 마음 놓고 우울에 빠지거나 그 이유를 제거하려 하겠지만, 지금은 그저 웅크리게 된다. 이게 내 진짜 모습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슬슬 한국 폴리텍 대학 남인천 캠퍼스 디스플레이 인쇄과의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금연을 하기에 적당한 시기가 아닌지도 모른다. 우울할 때의 나는 잠이 는다. 담배를 피우지 않을 때의 나도 잠이 는다. 다만 남들 다 자는 밤에는 잠을 못 이루지. 이중 삼중으로 곤란하다. 음, 어려울 수록 성공했을 때의 만족도 크다는 둥 하는 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런 식으로 생각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난 아직도 전기 장판을 켜고 자고 싶다. 의정부 집이 좋은 이유 중 하나가 그거지. 대신 다음 날 일어나는 게 몹시 힘들어. 전기 장판은 내가 깊은 잠에 들지 못 하게 하는 것일까?


주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을테다. 하하하하. 뽀글이 말고 냄비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파이즈 트랙백 0 : 댓글 0

전자출판기능사

2012/03/30 01:15 from 일기
전자출판기능사 필기시험일이 4월 8일이다. 그런데 나 이제 공부 시작했다. 정말 아는 게 쥐뿔도 없는데.

일기를 쉬는 동안 이러저러한 일들이 있었다.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별 거 아닌 일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밤잠을 설친다는 거다. 일기를 거른 것은 그냥... 귀찮아서.

학교 자판기가 유독 내 돈을 자꾸 먹는다. 큰일이야. 벌써 이천원이나...

전자출판기능사. 이번에는 경험 삼아 도전하는 건데도 이게 참 그렇다. 내가 언제 공부를 제대로 해봤어야지 이것 참. 학교 수업은... 실습 시간 때문에 산다 내가. 특히 인디자인, 일러스트레이터가 좋다. 크게 어렵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줄 수 있으니까. 캐드는... 약간 까다롭다. 수학적인 요소가 제법 섞여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교수법에 있다. 대체 가르칠 마음이 있는건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빔 프로젝터 화면은 잘 보이지 않고 설명은 부실하며 그나마도 웅얼대는 통에 잘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어찌어찌 하고는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컴퓨터로 하는 작업에서 뒤쳐지고 싶지는 않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파이즈 트랙백 0 : 댓글 0

아프다

2012/03/13 23:08 from 일기
오늘은 아팠다. 길게 쓰지 않는다. 지금도 아프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파이즈 트랙백 0 : 댓글 0

런닝머신

2012/03/12 23:21 from 일기
오늘은 피곤하니 짧게 쓸 생각이다.

오전 수업 시간에 졸았다. 잤다는 게 더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점심 먹고 탁구 쳤다. 인류는 위대하다. 탁구를 발명했으니까.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실감했다. 그래서 저녁 식사 후 런닝머신을 뛰었다. 금방 지쳤다. 확실히 문제다. 꾸준히 뛰면서 체력 증진을 꾀하자. 그 동안 너무 움직이지 않고 살았지...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지만 그리 기억하고 싶지 않고 특별하다고 할 것도 없는 일이라 따로 적지는 않는다.

상훈이 친구 두 명에게 과자를 받았고(연재가 먹었다), 연재가 운동 간 동안 작곡하고 힙합 좋아한다는 친구가(이름을 까먹었다. 뭐였더라... 아무튼 스물 네 살이랬다) 오예스 세 개, 먹다 남은 새우깡, 비타민제 조금, 맥심을 주었다. 맥심이라니. 새우깡을 먹으며 맥심을 들춰보니 마치 군대에 다시 온 것 같았다. 어째 예전보다 읽을거리가 줄었다는 인상이었다. 쓸데없이 인터뷰나 사진이 많고... 원래 맥심이 좀 그렇긴 했지만 더 심해진 것 같다.

아무튼... 그렇다. 요즘 때때로 울적하다. 흘려 보내고는 있지만 작은 일이라도 계기가 생기면 크게 터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조만간 기분 전환을 해야겠다. 뭘로 하지... 미니 헬리콥터 사고 싶다. 하지만 그걸로 뭐 할까 생각하면 시들해진다. 나이를 먹긴 먹었나보다 나도.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파이즈 트랙백 0 : 댓글 0

의정부

2012/03/09 22:59 from 일기
집이다.

오늘 학교에서는 자기 소개와 반장선거를 했다. 나는 자기 소개에 영 서툴다.

잠시 후 프리스타일을 할 거다. 아... 프리스타이 때문에라도 집에 매주 오게 생겼네. 기숙사 인터넷이 어서 정신을 차려야 할텐데...

타인의 눈에 비치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가끔씩 그걸 너무 신경 쓰는 내가 피곤하다. 그렇다고 그 때마다 쫓아다니면서 물어볼 수도 없고, 설령 묻는다 해도 솔직한 답변을 들을 수 있을지 의문이거니와 분명히 나는 그 답변을 믿지 못하고 다시 생각하겠지. 과연 이 사람의 말은 얼마만큼 진심일까. 결국 나는 피곤하게 살 운명인가보다.

내일은 아라를 만날 예정이다. 장소와 시간을 정하지 않은 게 마음에 걸린다. 아마 오랜만에 수현이도 만날 거고... 베이스 가지러 안성에도 가야 하고 외갓집에도 가야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안성 가는 게 마음에 걸린다. 안성에 가면 아라를 보기 힘든데... 다음 주 금요일 학교 끝나고 바로 안성에 가는 쪽으로 생각해보자.

딱히 쓸 말이 없군...

아버지는 여전하시다. 엄마도 여전하고. 개들도 마찬가지고. 나는... 나는 어떨까.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파이즈 트랙백 0 : 댓글 0

입학식

2012/03/09 00:20 from 일기
오늘 드디어 입학식을 했다.

맥으로 일러스트레이터를 다뤄보았다. 아주 기본적인 단축키 사용부터 하트 모양 그리기 까지 실습했는데, 하필이면 내가 앉은 자리의 맥이 조금 사용하다 보면 본체에서 팬 소음을 심하게 내고는 수면 모드인지 뭔지 아무튼 픽픽 뻗어댔다. 맥의 키보드 구성이 낯설어 조금 헤맸지만 비교적 간단한 내용이라 진도에 맞출 수 있었다. 조금 아까 복습 하던 중 단축키 잘못 쓴 것을 찾아내었다. 교수님께 말씀을 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다.

점심 식사 후 탁구장에 가봤다. 아, 제법 괜찮은 탁구장이었다. 라켓은 많은데 공이 부족했다. 이번에 집에 가면 라켓과 공을 반드시 챙길 것이다. 어째 라켓이 죄다 펜홀더라... 나는 쉐이크 핸드 아니면 영 힘든데... 아무튼 재미있었다. 어제 이사를 한 탓인지 몸이 조금 쑤셨지만 탁구 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엄청 못하지만.

수업을 마치고 규원이, 건이, 상훈이와 당구장엘 갔다. 우리가 첫 손님이었는지 아주머니는 청소 중이었다. 시간 당 천이백 원이러고 했는데 규원이 덕에 천원으로 했다. 정말 대단한 아이. 나는 역시 포켓볼을 쳤다. 오늘은 그냥 그랬다. 탁구가 더 재미있어.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농구 코트에 들렀다. '코트'라는 표현이 정확한 건 아니다. 운동장 한 쪽에 골대가 마주 보고 있을 뿐이니까. 농구공 두 개가 있어서 아주 오랜만에 튕겨볼 수 있었다. 운동장 흙에 물기가 있어서인지 공이 잘 튀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슛을 몇 번 던졌지만... 아, 옛날에는 그래도 제법 넣었는데...

오늘은 어째 별로 쓸 게 없다. 사실 일상이 즐거우면 일기가 짧아진다. 나는 그렇다. 자고 일어나면 밥을 먹고 수업을 듣고 밥을 먹고 탁구를 치고 수업을 듣고 기숙사에 와서 짐을 싸고 의정부 집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인터넷 때문에라도 집에 가야 한다. 옷도 챙겨야 하고 운동화와 탁구 라켓과 탁구공과... 또 뭐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블로그인데 누가 보기는 할는지 모르겠다 이거. 하긴 이런 일기 나부랭이에 무슨 재미가 있을까만은.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파이즈 트랙백 0 : 댓글 0

이사했다

2012/03/08 01:07 from 일기
오늘 수업 일찍 끝났다. 좋았다. 규원이, 건이, 연재, 상훈이랑 수업 끝나고 놀기로 했는데 하필 그 때 신축 기숙사로 옮기라고 했다. 애꿎은 규원이와 건이가 짐 옮기는 것을 돕느라 애썼다. 난 한 번에 옮겼지만 연재의 많은 짐이... 말 그대로 짐이었다.

당구장에서 연재와 나는 포켓볼, 동갑내기 세 명은 사구를 쳤다. 어쩐 일인지 게임이 잘 풀려 재미있었다.

노래방은 조금 애매했다. 내 선곡에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규원이는... 규원이는 내가 만나본 사람 중 제일 밝고 명랑하고 엉뚱한 애가 아닌가 싶다. 내가 봤을 때 생긴 것은 이준기를 좀 닮았는데 입을 열면 완전 웃기다. 정말 웃다가 복근 생기겠다. 키도 크고 잘 생긴 애가... 정말 사람은 첫인상이 전부가 아니다.

새로 온 기숙사는 2인 1실, 나는 연재와 한 방을 쓰게 됐다. 상훈이의 새 룸메이트는 정말 숫기가 없는 것인지 일부러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인사를 하는데 쳐다보지도 않았다. 방에서 말 한 마디도 안 한다며 상훈이가 울상이다. 사실 내심 상훈이와 내가 한 방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연재가 내 코고는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는 것 같아서이다. 당사자에게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몹시 미안하고 신경이 쓰여 나도 자꾸 눈치를 보게 된다. 내가 차라리 뻔뻔하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파이즈 트랙백 0 : 댓글 0
오늘도 결국 오리엔테이션의 연장이었다. 지난 밤에는 새벽 네 시까지 잠을 못 이루고 뒤척였다. 아침 방송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나니 연재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는데, 염려한 대로 새벽에 눈을 떴다 내가 코고는 소리에 자는 것을 포기했다고 하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나에게는 코고는 소리가 심했다는 것에 방점이 찍혀 하루 종일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은행과 동사무소를 찾아볼 겸 생활용품 몇 가지를 사올 겸 기숙사를 나섰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지만 채 십 분도 지나기 전에 추위라는 강적과 마주쳐야 했다. 하루 종일 추웠기에 좀 더 두꺼운 옷으로 갈아 입고 지퍼와 단추를 모두 채운 덕에 견딜 수 있었다. 그 때 만큼은 나 스스로가 대견했다. 초행길인 탓도 있었겠지만 네이버 지도 앱의 길 안내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나는 쓸데없이 횡단보도를 왔다갔다 하며 체력을 소모했다. 그냥 쭉 직진하다가 왼쪽으로 꺾으면 되었는데 그걸...
동사무소에 비하면 우리은행은 굉장히 쉽게 찾아낸 편인데, 일단... 아, 말을 말자. 서구의 롤플레잉 게임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기분을 만끽했다고만 쓰겠다. 업무 시간이 지났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한 일이지만 설마하니 무인 발급기가 없을 줄이야. 결국 엄마에게 주민등록등본 두 부를 출력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중 한 부는 우편으로 부쳐달라 했고 나머지 하나는 이번 주 내로 우편이 오지 않을 시 어차피 집에 갈 예정이므로 그 길에 챙겨오면 되리라는 계산이었다.
등이 살짝 으슬으슬한 것이 몸살 기운이 의심스러워 약국에 들렀다. 소독용 알콜도 한 통 구입했다. 화장솜에 묻히고 핸드폰이나 PSP 등 손을 많이 타는 것들을 닦아주면 아주 좋다. 생활용품을 파는 잡화점에 들러 보온컵도 하나, 칫솔 머리에 끼우는 캡도 세 개 들이 한 세트, 치간칫솔 0.7mm 짜리 한 세트를 샀다. 칫솔 캡과 치간 칫솔은 상훈이와 연재에게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마트에 들러 세탁용 세제 3kg 짜리 하나, 물통으로 쓸 생각인 1.5리터 생수 한 통, 커피믹스 50봉 짜리도 샀다. 뼈 아픈 실수를 하나 했는데, 맥심인 줄 알고 구입한 것이 맥스웰하우스였다. 좀 더 자세히 살피지 않고 뜯어버리기까지 했기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 게다가 50봉...

연재와 빨래를 돌렸다. 내 기분 탓인지 연재가 조금 나를 불편해 하는 것 같다. 왠지 모르게 어제와는 분위기가 살짝 달랐다. 내가 괜히 그렇게 생각한 탓일는지도 모른다. 너무 의식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연재가 운동 하는 동안 상훈이에게 그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타인의 굴곡진 삶이란 언제 어디서든 이야깃거리로 소모되기 마련이다. 어쩌면 누군가의 입을 통해 나의 과거, 혹은 현재, 혹은 미래가 이야깃거리로 옮겨질지도 모른다. 가능하면 나에 대한 이야기의 끝이 해피엔딩이었으면 하고 바랐다.

과별로 기숙사 대표 한 명씩을 뽑는다는 방송이 나왔지만 연재도 나도 나서지 않았다. 우리 과는 분명히 아무도 자기가 하겠다고 나서지 않겠다는 연재의 말에 정 하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내가 해야겠다 말했다. 그것은 예전부터의 습성 같은 것인데 누구 한 사람이 대표로 나서야 할 때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그 정체된 느낌, 답답한 분위기가 다른 무엇보다도 내 등을 떠미는 것이다. 결국 대표라는 것은 사감을 대신해서 야례 때 인원점검을 하는 것이었다. 내 예상이 정확했고, 군대 시절 당직 부사관 근무를 할 때 지겹도록 반복한 일이기도 하다. 다만 여기가 군대가 아니라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지만. 당장 내일 밤 10시 35분 쯤에 나는 사감실로 갈 것이다. 인원 점검표를 받기 위해서. 한 가지 재미난 것은 누구 한 사람 대표로 나오라고 할 때는 정말 조용하던 사람들이 내 입에서 '제가 하겠습니다'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박수를 치고 환호를 한 일이다. 누군가의 '멋있다~'는 그 어조와 장단 모두 군 시절 흔히 듣고 사용했던 그대로였다. 방에 돌아와 연재는 결국 누구 한 사람이 나서면 다 같이 움직일 사람들이라는 평을 남겼다. 나는 그런 무리에조차 끼지 않으려드는 사람인데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을까.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 일단은 안심했다.

규원이와 건이는 내가 처음 생각했던 인상보다 훨씬 괜찮은 애들이다. 물론 아직 어떤 사람에 대한 확신을 가질만큼의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지만. 규원이는 마르고 키가 크고 붙임성이 좋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잘 할 것 같은 애다. 건이는 그런 규원이에 비해 목소리도 작고 말수도 별로 없다. 그 혼자 2반으로 떨어진 것이 조금 아쉬운 눈치였다. 정작 규원이는 괜찮은 여자는 죄다 2반에 몰려 있다며 대놓고 실망했다. 이래저래 재미있는 친구들. 아마 내일 노래방을 같이 가게 될 것 같은데, 어찌 됐든 누군가와 친해지는 것은 참 오랜만의 일이라 기분이 좋다.

한 가지 놀란 것은 사회와 체육이 일주일에 각 한 시간씩 편성되어 있다는 점. 두 과목의 교수들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고 재미있는 사람들이어서, 연재는 어서 빨리 사회 시간이 다시 돌아오면 좋겠다고 했다. 특히 사회 교수는 화법이 제법 노련한 편으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는 와중에 적절히 위트와 유머를 섞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학장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신과 학장의 견해 차이를 드러냄에 있어서 은근히 학장에 대한 칭찬을 덧붙이는 것으로 보아, 나는 그가 이 대학의 2인자급 되는 위치라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2인자의 모습이 얼핏 보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학장에 대한 호감을 한층 더 느꼈으리라.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파이즈 트랙백 0 : 댓글 0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데 중년 신사 한 분이 느린 걸음으로 돌아다니며 식사 괜찮느냐, 맛있게 드시라 인삿말을 건네었다. 웃으며 감사합니다, 하고 밥 숟가락을 뜨는데 맞은편에 앉은 연재(동갑인 룸메이트, 통영 출신)가 학장님이 대단하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그 분이 다른 교직원이 아니라 이 학교의 학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점심을 먹고 식당과 기숙사 사이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학장님이 식사 잘 했느냐고 하시며 지나갔다. 나는 허리를 굽신굽신 하며 예예 대답했다. 방으로 돌아와 상훈(20살 룸메이트, 안양 출신)이와 연재에게 학장님이 참 열심이라고 말했다.

보통 학장 쯤 되면 집무실에 앉아 얼굴 보기 힘든 이미지가 아닌가. 오리엔테이션 때도 느낀 거지만 이곳은 다들... 뭔가 열심히 해보려는 마음을 품고 있다. 아닌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만.

열 시 쯤 담배를 피우는데 누가 말을 걸었다. 기계과라고 하면서 어디 과냐고 물었다. 나이를 묻길래 스물 여덟이라 했더니 자기는 스물일곱이라고, 내가 자기보다 어린 줄 알고 말 걸었다 했다. 나는 웃으며 고맙다고 했다. 의도치 않게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었는데, 약간 소설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내게 많은 것을 물었지만 내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는 않았다. 그런 태도는 내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에서 드러났다. 나는 그저 웃으며 적당히 맞장구만 쳤다. 사감이 저녁 조례인지 뭔지 점호랑 다를 게 없는 것 준비를 하라고 해서 겨우 헤어졌다. 그는 악수를 청했고 나는 아마도 내일 또 보자고 말했다.

낮에 마르고 키가 큰, 제법 잘 생긴 애가 인사했다. 면접 때부터 눈에 띈 사람이었다. 붙임성이 좋은 것인지 연재와 상훈이와 나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었다. 나와는 정반대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옆에는 친구인 듯 비슷한 느낌의 남자도 있었다. 그 둘은 스무 살이라고 했고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상훈이와 말을 놓았다.

일과(에 대해서는 딱히 쓸 것도 없다. 오리엔테이션이니 뭐니 하면서 교수들이 번갈아 들어와 이곳의 비전과 열심히 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등의 말을 굉장히 길고 지루하게 늘어놓았다. 나는 그 긴 시간 동안 낙서를 하고 아이폰으로 웹사핑을 하는 식으로 온통 딴짓에 몰두했다. 내 주위에 앉은 사람들이 게임 이야기를 하다가 프리스타일 어쩌고 하길래 나 프리스타일2 한다, 고 잠깐 끼어든 게 그나마 인상적인 일인데, 내 앞에 앉은 사람이 내게 문희준을 닮았다는 소리를 했다. 예전과는 달리 나는 조금 난처하다는 듯 웃으며 그러냐고 되물었다. 어지간히도 눈치가 없는 양반인지 정말 그렇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뇌였다)를 모두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오니 문에 복도청소당번 이라고 적힌 자석이 떡 붙어 있었다. 저녁조례가 끝나고 침대에 누워 있는 지금까지 별 다른 말이 없는 것을 보면 형식적인 것이거나 알아서 해놓기를 바랐거나 사감들도 잊은 것이겠지.

연재는 운동을 하고 와서인지 작게 코를 골고 잔다. 상훈이는 핸드폰을 만지작대더니 금방 잔다. 이 방에서 지금 나만 깨어 자동차가 젖은 도로를 지나가는 소리를 듣는다. 오후붜 떨어진 빗방울이 점점 기세를 올린 것이다. 아마 내일까지 이어지겠지.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금방 따뜻해질 거다. 그 때 쯤이면 나도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까.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파이즈 트랙백 0 : 댓글 0

기숙사에서의 첫날밤

2012/03/05 00:42 from 일기
2층 침대, 점호, 어색한 룸메이트들, 낡아 삐걱이는 매트리스, 도로 쪽을 향해 난 창 너머 들리는 자동차 소리, 이른 기상시간.

잠자리가 바뀌면 쉽게 잠들지 못하는 습성이 군대에서 고쳐진 줄 알았는데 변한 것이 없다.

여기는 인터넷을 쓰려면 지정된 아이피와 DNS 등등을 따로 설정해줘야 한다. 문제는 아이피 주소 맨 뒷자리를 괄호 처리 해놓은 점인데, 도무지 어쩌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차피 조만간 신축 기숙사로 옮겨준다고 하니 당분간만 버티면 되겠지.

2층 침대를 써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주 오래 전, 짧은 기간 동안의 일이라 기억이 흐릿할 뿐이다. 천장이 이렇게 가까운가, 새삼 놀랐다. 어쩐지 예전 에이플러스에서 자취할 때가 생각난다. 복층이지만 2층은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천장이었고, 침대에 누워 손을 뻗으면 만질 수도 있었다.

완전히 낯선 공간이 나를 불안하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내가 헛소리를 문자로 끼적이는 것이 불안하다는 증거다. 지금 내 마음은 대충 입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과 같다.

아침 일곱 시 기상이라니, 좀 가혹하지 않은가...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파이즈 트랙백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