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출판 기능사 시험은 생각한 것보다 무난히 통과한 것 같다. 이제 실기가 남았다. 보통 자격증 시험에서 필기가 싸구려 커피면 실기는 티오피... 정도. 그래, 긴장하자. 아마 인디자인을 쓰게 되겠지. 실습 시간에 하는 정도로는 부족할 것 같다. 흠.
대체 몇 번째인지도 모를 금연 시도 중. 대충 24시간은 넘긴 것 같은데... 그딴 거 생각하지 말고 그냥 싹 다 잊자. 처음부터 몰랐던 것처럼. 근데 그게 말처럼 쉬우면 이 세상에 어려운 일이 뭐가 있을까. 뭐 아무튼 그렇다. 안 피운다.
경식이 형님이 자퇴 하셨다. 그 분은 새터민이고, 경북 문경에 계셨고, 검정 가죽 점퍼를 자주 입으셨고, 실제보다 나이 들어 보이셨고, 나한테 고맙다고, 다른 곳에 가서도 생각날 것 같다고 말씀 하셨다. 에쎄 파란 거 피우셨는데... 예전에 아버지가 피웠던 거라 기억한다.
내가 형 노트북에 학교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해 드렸던 날, 굳이 밥을 사주시겠다며 같이 나가자고 하셨더랬다. 나는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고 피곤해서 쉬고 싶었지만 형의 눈빛을 보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형의 눈빛에 가득한 강한 자존심 사이로 외로움이 비쳤다. 이북에서의 군 생활이며, 동남아의 외국인 교도소에서 있었던 일, 탈북자 북송 문제에 대한 이야기... 그 날 나는 맛 없는 순대국밥을 먹었고, 형은 순대를 드셨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돌아가는 길에 형은 북쪽의 억양으로 '오늘 기분이 울적했는데 그래도 너랑 얘기 나누고 나니 좀 낫다'고 말씀 하셨다. 나는 그 말이 어쩐지 슬프면서도 기쁘게 들렸는데, 같은 방을 쓰는 친구도 있고 연령대가 비슷한 사람도 있는데 굳이 연결점을 찾기도 힘든 내가 형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대라는 것이 슬프고, 그런 나라도 누군가의 마음이 허전하고 울적할 때 작은 힘이나마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웃으며 맞장구 치는 한편 쓰라린 가슴을 들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형은 그런 내 사정을 살필 여유가 없으셨나 보다.
자퇴 하셨다는 것을 듣고 나가서 담배를 피우다 형을 만났다. 나는 아예 짐을 빼서 나가버린 줄로 알았기 때문에 놀라기도 했고 떠나기 전에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겠다 싶어서 반갑기도 했다. 형한테는 소주 냄새가 났고... 추운데 어서 들어가라며 내 팔뚝을 힘주어 잡았다. 나는 형이 담배 다 피우시기를 기다렸다. 형은 최근 병원을 오가며 지하철에서 구걸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고, 자기보다 키도 크고 허우대도 멀쩡한데 고개를 처박고 바닥에 엎드려 두 손만 내밀고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도 저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두기로 했다고도. 나는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 형님, 어디를 가셔도 술, 담배 너무 많이 하지는 마시고요, 특히 술요. 아예 취할 때까지 드시지는 마세요. 그리고 정말 세상에 괜찮은 사람들 많아요.
- 그게 어디 말처럼 되나.
대충 이런 식의 대화를 웃음 섞어 나누고 우리는 헤어졌다. 나는 그 다음날 어쩌면 마지막이었을 형의 모습을 보았지만 반쯤은 일부러 인사를 하지 않았다. 사람을 떠나보낼 때는 자꾸 인사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금 전 낙원이 형한테 온 카톡에 의하면 경식이 형은 제주도의 어떤 리조트에 취직했다고 한다.
요즘 자꾸 울적하다. 이유를 모르겠어서 조심스럽다. 그 이유가 명확하다면 마음 놓고 우울에 빠지거나 그 이유를 제거하려 하겠지만, 지금은 그저 웅크리게 된다. 이게 내 진짜 모습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슬슬 한국 폴리텍 대학 남인천 캠퍼스 디스플레이 인쇄과의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금연을 하기에 적당한 시기가 아닌지도 모른다. 우울할 때의 나는 잠이 는다. 담배를 피우지 않을 때의 나도 잠이 는다. 다만 남들 다 자는 밤에는 잠을 못 이루지. 이중 삼중으로 곤란하다. 음, 어려울 수록 성공했을 때의 만족도 크다는 둥 하는 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런 식으로 생각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난 아직도 전기 장판을 켜고 자고 싶다. 의정부 집이 좋은 이유 중 하나가 그거지. 대신 다음 날 일어나는 게 몹시 힘들어. 전기 장판은 내가 깊은 잠에 들지 못 하게 하는 것일까?
주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을테다. 하하하하. 뽀글이 말고 냄비에.